一長春夢
봄바람이 살랑살랑 어두운 겨울을 깨우고
잠깐 스쳐 지나갔을 뿐인데
꽃들이 먼저 앞다퉈 봄이 왔다고 난리를 떨더니
찬바람의 시샘을 받더라
그렇다고 가슴은 왜 이리도 아려져 오는 걸까
바람만 불고 나의 봄은 오지 않는것인가
꼬부라진 할미꽃 한송이도 기웃거리지 않아
산마루를 뒤덮은 봄꽃들도 한숨으로 보이네
비라도 내렸으면 좋겠다
가여운 이 가슴에...
화창한 봄날의 슬픈 꿈이
씻겨져 내릴수 있도록
파란문印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손로원선생 작사, 박시춘선생 작곡, 백설희 노래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열아홉 시절은 황혼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언가슴 두드리며
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