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언어
"수작질"이란 말의 어원을 아시나요?
[오랜 벗과 한잔]
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
벗이 멀리서 찾아주니 이 얼마나 즐겁지 아니한가?
멀리서 벗이 찾아 왔습니다.
교통이나 통신 수단이 요즘 같지 않던 시절...
산 넘고 물 건너 수십리 길을 마다 않고 걸어온 오랜 벗이 얼마나 반가웠으랴!
한껏 그리던 벗과 함께 주안상을 마주하고 술을 권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일상 다반사죠.
“이 사람아~. 먼 길을 찾아와주니 정말 고맙네, 이 술 한 잔 받으시게."
벗이 따라주는 술을 받아 마시며,
“이토록 반갑게 맞이해주니 정말 고맙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는가?” 하며 다시 잔을 되돌려 따라 줍니다.
이것을 "수작 酬酌" 이라고 한다죠.
"수 酬"라는 한자는 "갚을 수, 보답할 수"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지요.
"작 酌"이라는 한자는 "술 따를 작"이라는 뜻이니.
합쳐서 해석하면 "잔을 되돌려 보답에 술을 권한다"고 하는 뜻이 되지요.
원래 '수작'은 손님과 주인이 '서로 공경'의 뜻으로 술을 주고받는 것을 뜻한답니다.
주인이 손님에게 권하는 것을 '수(酬)'라 하고, 손님이 주인에게 보답하여 건배하는 것을 '작(酌)'이라고 하는데
여기에 장삿속으로 술을 따라 주는 주인들이나 주인에게 잘 보일려고 손님이 하는 행동거지로 나타나면
"남의 말이나 행동을 하찮고 좋지 않은 것으로 여겨 이르는 말"로 변질되지요.
"닭 유酉"자가 닭의 의미만을 나타내지는 않지요.
"유 酉"라는 한자는 원래 배가 잘록하고 밑이 뾰족해 모래나 진흙 바닥에 꽂아두기 좋도록 만들어진 "술병"으로
'닭대가리' 모양을 하고 있어 "닭 酉"자가 되었지만, "닭 酉"가 들어간 글자들은 술과 관련된 경우가 훨신 많지요.
왁자지껄한 고갯마루 주막집 들마루에 나그네 서넛이 걸터 앉아서
"주모 여기 술 한 병 주게.”
연지분 냄새를 풍기며 주모가 주안상을 가져다 놓으면
“어이 주모도 한잔 하실런가?”
주인이 따라주는 술을 받아 마시고,
“이토록 반갑게 맞이해주니 정말 고맙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는가?”하며 다시 잔을 되돌려 따라 줍니다.
원래 "수작"은 이렇게 손님과 주인이 서로 공경의 뜻으로 술을 주고받으며 서로 친분을 도모하자는 것인데
한 놈이 주모의 엉덩이를 툭 툭 치며 음담패설을 섞어 개걸거리면
“허튼 수작(酬酌) 부리지 말고 술이나 마셔~"라는 반사적 경고가 나오곤 하는 걸 영화 등에서도 많이 봤죠.
음탕한 남성들이 주모에게 '다른 의도'를 가지고 요즘말로 성추행.성희롱을 하는 경우가 많아
주모가 그런 남성들에게 "개수작, 허튼수작 하지 마라!"등으로 표현 했다는거 모두 아시죠? ㅎㅎ
주모가 말하는 "개수작" "허튼수작"은 "친하지도 않으면서 친한 척 하지 마라~ 딴 맘 먹지 마라~"등의 의미겠죠? ㅎㅎ
술과 언어
"짐작"이란 말의 어원을 아시나요?
"짐작 斟酌"은 "미리 어림쳐서 헤아리는 것"이라고들 알고 있죠?
그런데 이 "짐작"이라는 말도 "술"에서 부터 어원이 탄생되었답니다.
"짐작 斟酌"도 위의 "수작 酬酌"과 거의 비슷한 어원을 가지고 있더군요.
"짐"은 한자로 "술 따를 짐 斟"이고, "작"도 "술 부을 작 酌"으로
원래 술자리를 베풀어 함께 주거니 받거니 술을 마신다"라는 뜻이랍니다.
그런데 술자리에서 술을 따를 때 도자기로 된 술병에 술이 담기면 술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그 양을 가늠하기 어렵겠지요?
그래서 술을 따를 때 여러 실수를 하는 때가 비일비재 발생하는데
그리하여 "짐작 斟酌"이라는 단어는 "술병 속에 술이 얼마나 들어 있을까?"라고 예측하는 것에서 탄생했답니다.
또한 "작정 酌定"이라는 말도 있죠.
이것은 "술을 얼마나 따를지를 미리 정해서 따른다"라는 것에서 부터 나온 말이랍니다.
무슨 일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속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작정(酌定)을 해야 하죠?
"작정 酌定"은 '술 따를 작(酌)', '정할 정(定)'자로 '술 따르는 양[酌量]을 정하는 것'이 랍니다.
"작정 酌定"의 반대말로는 "무작정 無酌定"이 있죠.
"무작정 無酌定" 술을 따르다 보면 잔이 넘치고,
술자리에서 무성의하고 상대방을 무시하는 무례한 짓이 되기도 하죠.
이외에도 "참작 參酌"한다라는 단어도 있습니다.
오랜 벗과 오랜만에 만나 세상사 다반사를 얘기하다보면 상대방의 주량을 알지 못하고 실수하는 경우가 많지요.
"참작 參酌"이라는 단어의 원 뜻은 "함께 할 '참 參'"과 "술 따를 '작 酌'"이어서
"참작 參酌"은 상대방의 주량을 헤아리어 술을 알맞게 따라주는 것이며,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입니다.
판사가 법정에서 판결을 내릴 때 피고인의 정상을 '참작'하여 양형을 낮추어 주기도 하는데
술을 알맞게 따라 준다는 "이해와 배려"인 것에서 출발한거죠.
술 마실 때 항상 생각하며 마셔야 하는 단어들을 종합하겠습니다.
술은 "감흥酣興"이 일 정도까지만 마시는 것이 좋다는건 모두 알지요.
"감흥 酣興"이란 마음속 깊이 감동받아 일어나는 흥취인데
원래 이 단어의 뜻은 ‘술을 마시고 한껏 즐거워한다'라는 것이며
또는 ‘흥겨움이나 즐거움이 절정에 이른 상태’를 의미하기도 하지요.
그런데 이 단계를 넘어서면 "즐길 탐酖"이 됩니다.
"즐길 탐酖"은 술에 취해 즐거움 속에 잠겨 [沈, 잠길 침]이 붙어 있는 모습인데 조금 과도함을 뜻하죠.
그런데 여기서 더 나가면 곧 술을 끝까지 마시게 되면 "마칠 '졸 卒'"이 추가되어 "취할 취 醉'"가 되는 것입니다.
더 취해서 귀신[鬼, 귀신 귀]처럼 되면 이젠 "추할 추 醜"가 되니 술은 언제나 적당히 마시는 습관이 요구되기도 합니다.
파란문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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