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일 서북주릉(西北紬綾)을 헤매며 걸어왔다.
안개구름에 길을 잃고 안개구름에 흠씬 젖어
오늘 하루가 아니라 내 일생 고스란히
천지창조 전의 혼돈 혼돈 중에 헤메일지.
삼만 육천오백 날을 딛고 완숙한 늙음을 맞이하였을 때
절망과 체념 사이에 희망이 존재한다면
담배 연기 빛 푸른 별은 돋을까
저 산은,
추억이 아파 우는 내게
울지 마라 울지 마라 하고
발아래 상처 아린 옛 이야기로
눈물 젖은 계곡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 정덕수 한계령 -
파란문印
산다는거...
경허선사
天地如是廣(천지여시광)
此生可笑乎(차생가소호)
半生已過了(반생이과료)
餘年復幾餘(여년부기여)
憂愁長侵汨(우수장침골)
幾時得安居(기시득안거)
如醉不覺悟(여취불각오)
空然得疇躇(공연득주저)
천지는 이렇게 넓은데
그리 산다는 것은 가소롭구나
반평생 벌써 지나갔으니
남은 해는 얼마나 될까
근심 걱정에 늘 시달리고
편안한 시간은 얼마나 될까
취한듯 깨지 못하니
공연히 주저만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