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어
문예진
내 몸 한가운데 불멸의 아귀
그 곳에 홍어가 산다.
극렬한 쾌락의 절정
여체의 정점에 드리운 죽음의 냄새
오랜 세월 미식가들은 탐닉해 왔다
홍어의 삭은 살점에서 피어나는 오묘한 냄새
온 우주를 빨아 들일 듯한 여인의 둔덕에
코를 박고 취하고 싶은 날
홍어를 찾는 것은 아닐까
해풍에 단단해진 살덩이
두엄 속에서 곰삭은 홍어의 살점을 씹는 순간
입안 가득 퍼지는 젊은 과부의 아찔한 음부 냄새
코는 곤두 서고
아랫도리가 아릿하다
중복 더위의 입관식
죽어서야 겨우 허리를 편 노파
차안(此岸)의 냄새
씻어도 씻어내도
돌아서면 밥 냄새처럼 피어 오르는 가랭이 냄새
먹어도 먹어도
허기지는 밥 붉어진 눈으로 홍어를 씹는다
문예진
*1976년 경북 김천생 추계예대 문예창작과와 한양대 대학원 국문과 졸업
1998년 "문학사상"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질 나쁜 연예"(2004년, 믿음사)
2007년 제26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